김치를 담아 뒀던 플라스틱 반찬통에 냄새가 배고 벌겋게 물이 들었다. 세제로 닦아도 그대로라, 이번엔 방법을 바꿔 냄새와 색을 빼 보기로 했다.
플라스틱은 냄새와 색이 잘 밴다는 걸 알게 됐다. 표면에 눈에 안 보이는 미세한 틈이 많아, 김치 국물의 색소와 냄새가 그 틈에 스며든다길래 그 점을 신경 썼다.
먼저 통에 쌀뜨물을 부어 담가 두었다. 쌀뜨물이 냄새를 빨아들인다길래, 통이 잠기게 붓고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
쌀뜨물이 없을 땐 물에 식초를 타도 된다길래 그렇게도 해 봤다. 식초의 신맛이 냄새를 잡아 준다길래, 물에 식초를 몇 숟갈 풀어 담갔다.
벌겋게 든 색은 햇볕에 맡기기로 했다. 김치 국물의 붉은 색소는 햇빛에 두면 옅어진다길래, 씻은 통을 볕 좋은 창가에 엎어 두었다.
볕에 말리는 김에 뚜껑도 함께 두었다. 뚜껑 안쪽 홈에도 냄새가 배기 쉽다길래, 뚜껑을 열어 같이 볕을 쬐게 했다.
몇 시간 볕에 두니 벌건 기가 눈에 띄게 옅어졌다. 완전히 새것처럼은 아니어도, 볕만으로 색이 이만큼 빠지니 신기했다.
냄새가 남은 통엔 베이킹소다를 물에 풀어 담갔다. 냄새 잡는 데는 베이킹소다도 좋다길래, 미지근한 물에 풀어 통에 부어 두었다.
커피 찌꺼기나 녹차 티백을 넣어 두는 방법도 써 봤다. 다 쓴 커피 찌꺼기를 통에 넣고 뚜껑을 닫아 두니, 남았던 냄새가 한결 옅어졌다.
마지막으로 통을 뜨거운 물로 헹궜다. 다만 얇은 플라스틱은 너무 뜨거운 물에 휘거나 변형될 수 있다길래, 팔팔 끓는 물은 피하고 뜨듯한 물로 헹궜다.
물기를 닦고 뚜껑을 연 채 바싹 말렸다. 젖은 채로 뚜껑을 닫아 두면 또 냄새가 밴다길래, 통과 뚜껑을 따로 두어 안까지 말렸다.
냄새와 색이 밴 통은 애초에 용도를 나누기로 했다. 앞으로 김치나 물김치처럼 색·냄새가 센 것은 유리통에 담고, 플라스틱 통은 마른반찬용으로 나눠 쓰기로 마음먹었다.
버리려던 통을 되살려 쓰니 뿌듯했다. 쌀뜨물과 볕, 베이킹소다만으로 이만큼 되니, 냄새 뱄다고 바로 버릴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