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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 오는 일요일, 동네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냈다

    비가 오는 일요일이었다. 딱히 약속도 없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해서, 우산을 챙겨 동네 도서관에 갔다. 학생 때 이후로 도서관을 가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걸어서 15분 거리에 시립 도서관이 있다는 걸 이사 온 지 2년 만에 처음 제대로 가봤다.

    들어가니까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자리가 거의 찼다. 노트북을 두드리는 사람, 자격증 책에 형광펜을 긋는 사람, 신문을 펴놓고 조는 어르신까지. 다들 조용한데 묘하게 공기가 꽉 차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3층 일반 자료실로 올라가 창가 자리를 하나 잡았다.

    딱히 읽을 책을 정하고 간 게 아니라서, 서가 사이를 한참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제목이 눈에 들어온 여행 에세이를 한 권 뽑아 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닌 책을 그냥 읽는 게 얼마 만인지 몰랐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걸 보면서 두어 시간을 읽었다. 중간에 졸리면 잠깐 멍하니 있다가 다시 읽고. 집에서였으면 폰을 백 번은 봤을 텐데, 이상하게 도서관에선 폰을 꺼낼 생각이 안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집중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따라가게 되는 분위기였다.

    다 못 읽은 책은 회원증을 만들어 빌려 왔다. 회원증 만드는 데 신분증만 있으면 됐고 2분도 안 걸렸다. 두 주 동안 다섯 권까지 빌릴 수 있다길래 욕심내서 두 권을 더 집어 왔다.

    집에 오는 길에도 비는 계속 왔는데 기분은 아까보다 한결 가벼웠다. 돈 한 푼 안 쓰고 반나절을 알차게 보낸 게 오랜만이었다. 그 뒤로 주말에 갈 데 없으면 도서관을 떠올린다. 가까이 있는데 모르고 산 게 아까울 정도다.

  • 10년 다닌 미용실이 문을 닫던 날

    같은 미용실을 거의 10년을 다녔다. 처음 갔을 때 대학생이었으니 꽤 오래된 셈이다. 원장님은 내 머리카락이 어느 방향으로 뻗치는지, 어디를 치면 안 되는지를 나보다 더 잘 알았다. 말이 많은 분은 아니었는데, 그 적당한 조용함이 편했다.

    그날도 평소처럼 예약 없이 들렀다. 그런데 거울 앞에 앉자마자 원장님이 다음 달에 가게를 접는다고 했다. 건물 임대료가 올라서 더는 못 버티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동안 가위질 소리만 들렸다.

    머리를 다 자르고 나오는데 평소보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단순히 머리 자르는 곳 하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내 20대의 어떤 부분이 같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좀 과한 생각인 걸 알면서도 그랬다.

    마지막으로 간 날, 원장님은 평소보다 오래 머리를 만져줬다. 계산할 때 천 원을 깎아주면서 “그동안 와줘서 고마웠어요”라고 했다. 나는 멋쩍게 웃기만 하고 별말을 못 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나도 고마웠다고 말할 걸 그랬다.

    지금은 집 근처 다른 곳을 다닌다. 나쁘진 않은데, 매번 내 머리 설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10년이 쌓인 편안함은 그렇게 쉽게 다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요즘 자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