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마트에 청매실이 박스로 쌓이는 걸 보면서도 그냥 지나쳤는데, 올해는 충동적으로 한 박스를 집어 들었다. 매실청 담그는 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서, 한 번쯤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집에 와서 매실을 큰 대야에 쏟아붓고 물에 담갔다. 한참 불린 다음 꼭지에 박힌 까만 부분을 이쑤시개로 하나하나 파냈는데, 양이 많다 보니 이게 제일 지루했다. 손끝이 얼얼할 때쯤 겨우 다 끝냈다.
씻은 매실은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아 채반에 펼쳐 한참 말렸다. 물기가 남으면 곰팡이가 핀다는 말을 들어서 이 부분만큼은 꼼꼼히 했다. 그사이 유리병을 끓는 물에 소독하고 거꾸로 엎어 말려뒀다.
비율은 매실과 설탕을 일대일로 맞췄다. 저울에 매실을 달고 같은 무게의 설탕을 준비했다. 병에 매실 한 켜, 설탕 한 켜를 번갈아 쌓고 맨 위는 설탕으로 도톰하게 덮었다. 이렇게 해야 매실이 공기에 안 닿는다고 했다.
뚜껑을 닫아 햇빛 안 드는 싱크대 아래 넣어두고, 며칠에 한 번씩 병을 살살 흔들어 설탕을 녹였다. 일주일쯤 지나니 바닥에 맑은 액이 제법 고이고 매실이 쪼글쪼글해지면서 위로 떠올랐다.
아직 마시려면 백 일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데, 병 안에서 색이 변해가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름 끝물에 시원한 물에 타 마실 생각을 하니 벌써 기다려진다. 손은 많이 갔어도 또 담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