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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이 가늘게 나오던 샤워기 헤드를 식초로 살렸다

    샤워기 물줄기가 어느새 가늘어지고 옆으로 삐죽 튀는 구멍까지 생겼다. 수압이 약해진 줄 알았는데 헤드 구멍을 들여다보니 허옇게 굳은 것이 잔뜩 막혀 있었다. 수돗물 속 석회가 마르며 쌓인 물때라길래 새로 사기 전에 녹여 보기로 했다.

    물때는 알칼리성이라 산성인 식초에 녹는다고 해서, 샤워기 헤드를 호스에서 돌려 빼고 식초와 물을 반반 섞은 그릇에 구멍 쪽이 잠기게 담갔다. 헤드가 안 빠지는 종류라면 비닐봉지에 식초 물을 담아 헤드에 씌우고 고무줄로 묶어 두면 된다고 한다. 냄새가 좀 나서 창을 열어 두었다. 식초 대신 구연산을 물에 풀어 써도 되는데, 냄새가 거의 없고 녹이는 힘은 비슷해서 다음부터는 구연산을 쓰기로 했다.

    한 시간쯤 지나니 구멍에 낀 하얀 덩어리가 물러져 있었고, 헌 칫솔로 문지르자 슥슥 벗겨졌다. 좁은 구멍 안쪽에 남은 것은 이쑤시개로 살살 밀어 뚫었다. 세게 쑤시면 고무 노즐이 찢어진다길래 힘은 빼고 여러 번 나눠 했다. 그다음 물을 세게 틀어 안에 풀린 찌꺼기를 씻어 냈다.

    다시 끼우고 틀어 보니 물줄기가 굵고 고르게 쏟아졌다. 수압이 약한 게 아니라 나갈 구멍이 막혔던 거라 그동안 애먼 데를 의심한 셈이었다. 크롬 도금된 헤드는 식초에 너무 오래 담그면 표면이 얼룩질 수 있다길래 두 시간을 넘기지 않았고, 꺼낸 뒤 물로 잘 헹궜다.

    물때는 물이 마를 때 생기니 예방은 물기를 남기지 않는 것이었다. 샤워 뒤 헤드를 한 번 털어 물을 빼고, 한 달에 한 번 식초 물에 잠깐 담가 두는 것으로 정했다. 수전이나 세면대 물때도 같은 방법으로 닦이니 욕실 청소가 한결 수월해졌다. 전기 주전자 안쪽의 허연 물때도 같은 식초 물을 끓였다 헹구니 말끔했다.

    막힌 샤워기는 고장이 아니라 물때가 쌓인 것이라, 식초 한 컵과 헌 칫솔이면 십분의 일 값도 안 들이고 새것처럼 돌아온다는 걸 알고 나니 버릴 뻔한 게 아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