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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박을 통째로 사서 화채를 만들었다

    날이 푹푹 찌니 시원한 게 당겨서, 마트에서 수박을 한 통 사 왔다. 반통씩 파는 것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통으로 사서 화채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무거운 수박을 낑낑대며 들고 와 반으로 갈랐더니, 속이 빨갛게 잘 익어 있어 다행이었다. 자르는 순간 나는 그 시원한 소리와 향에 벌써 더위가 가시는 듯했다.

    숟가락으로 과육을 동그랗게 파내려 했는데, 전용 스쿱이 없어 그냥 큼직하게 썰어 넣었다. 모양은 투박해도 맛은 똑같겠지 하며 그릇 가득 담았다.

    거기에 차가운 우유를 붓고 사이다를 조금 더했다. 단맛이 부족할까 봐 걱정했는데, 수박이 달아서 따로 설탕을 넣을 필요가 없었다.

    얼음을 몇 개 띄우니 그럴듯한 화채가 됐다. 한 국자 떠먹어 보니 수박은 아삭하고 국물은 달큰해서, 사 먹는 것 부럽지 않았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한 그릇씩 비우니 금세 바닥이 났다. 남은 수박은 잘라 냉장고에 넣어 뒀는데, 이 더위엔 화채만 한 게 없다 싶어 며칠은 더 해 먹을 것 같다.

  • 집에서 콩국수를 처음으로 만들어 먹었다

    더워지니 입맛이 뚝 떨어져서 시원한 게 자꾸 당겼다. 콩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사 먹자니 한 그릇 값이 만만치 않아서, 이참에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콩만 잘 갈면 되겠지 싶은 단순한 생각이었다.

    전날 밤 흰콩 한 줌을 물에 불려뒀다. 아침에 보니 두 배는 통통하게 불어 있었다. 냄비에 넣고 십 분 정도 삶았는데, 너무 오래 삶으면 비린내가 난다는 말이 있어서 시간을 재가며 적당히 건졌다.

    삶은 콩을 찬물에 헹궈 껍질을 살살 벗겼다. 이게 은근히 손이 많이 갔다. 다 벗기긴 귀찮아서 절반쯤 벗기고 나머지는 그냥 믹서에 넣었다.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한참을 갈았더니 제법 곱고 뽀얀 국물이 됐다.

    간은 소금으로만 했다. 처음엔 싱거운가 싶었는데 면을 말고 나니 딱 맞았다. 소면을 삶아 찬물에 빡빡 헹궈 그릇에 담고, 차게 식힌 콩국물을 부었다. 위에 오이채를 얹으니 그럴듯해 보였다.

    한 입 먹어보니 고소함이 진했다. 가게에서 파는 것처럼 매끈하진 않고 콩 알갱이가 약간 씹혔는데, 그게 오히려 직접 갈았다는 증거 같아서 좋았다. 얼음 몇 개 띄우니 끝까지 시원했다.

    생각보다 손은 갔지만 두 그릇이 나왔으니 사 먹는 것보단 훨씬 남았다. 다음엔 콩을 좀 더 넉넉히 불려서 국물을 진하게 해봐야겠다. 여름 내 몇 번은 더 해 먹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