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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 도시락만 먹던 내가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점심을 거의 매일 편의점에서 때웠다. 회사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기도 했고,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도시락 하나에 컵라면, 아니면 삼각김밥 두 개로 끝내는 날이 많았다. 한 끼에 5천 원 안팎인데, 한 달 모으니 생각보다 큰돈이었다.

    어느 날 편의점 도시락 뚜껑을 열다가 문득 이걸 언제까지 먹나 싶었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매일 비슷한 반찬에 미지근한 밥을 먹다 보니 점심시간이 하나도 안 즐거웠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보기로 했다.

    첫날부터 거창하게는 못 했다. 전날 저녁에 먹고 남은 제육볶음을 통에 담고 밥만 새로 펐다. 그것도 아침에 허둥지둥 싸느라 국물이 가방 안에서 새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 뒤로 밀폐가 잘 되는 통을 따로 하나 샀다.

    일주일쯤 하니까 요령이 생겼다. 주말에 반찬 두세 개를 미리 만들어두고, 아침엔 밥이랑 반찬만 담으면 5분이면 끝났다. 계란말이랑 멸치볶음 같은 건 며칠 둬도 괜찮아서 든든했다. 점심시간에 탕비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데, 따뜻한 밥을 먹는다는 게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

    한 달 해보니 점심값이 거의 반으로 줄었다. 그것도 좋았지만, 사실 더 좋았던 건 내가 뭘 먹는지 알고 먹는다는 느낌이었다. 편의점 도시락은 나트륨이 어쩌고 하는 표를 봐도 와닿지 않았는데, 직접 싸니까 간을 내가 조절하게 됐다.

    매일 싸진 못한다. 늦잠 잔 날이나 전날 반찬이 떨어진 날엔 그냥 편의점에 간다. 그래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도시락을 싼다. 점심시간에 내 통을 여는 그 잠깐이 하루 중 꽤 괜찮은 시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