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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입는 옷을 당근에 다 내놨더니

    옷장을 열 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분명 입을 옷이 없는데 옷장은 미어터졌다. 작년 봄에 큰맘 먹고 산 재킷은 두 번 입고 안 입었고, 살 빠지면 입겠다고 모셔둔 청바지는 3년째 그 자리에 있었다. 어느 주말에 마음먹고 다 꺼내봤더니 안 입은 지 1년 넘은 게 스무 벌이 넘었다.

    버리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입지도 않으니, 결국 당근에 올리기로 했다. 처음엔 사진 찍는 게 일이었다. 옷을 옷걸이에 걸어서 벽에 붙여놓고 찍고, 보풀 있는 건 솔직하게 적었다. 가격은 다들 헐값에 올리길래 나도 두세 벌에 만 원, 좋은 건 만 원 안팎으로 매겼다.

    반응이 생각보다 빨랐다. 거의 새 거나 다름없던 코트는 올린 지 10분 만에 채팅이 세 개나 왔다. 동네 카페 앞에서 만나 건네주는데, 사가는 분이 잘 입겠다고 하니까 묘하게 뿌듯했다. 옷이 버려지는 게 아니라 어디 가서 또 입힌다는 게 좋았다.

    물론 안 팔리는 것도 있었다. 유행 지난 무늬 셔츠 같은 건 일주일 내내 조회수만 늘고 아무도 안 찾았다. 그런 건 결국 의류수거함에 넣었다. 솔직히 다 팔겠다는 욕심을 버리니까 마음이 편했다.

    2주 동안 정리하고 보니 통장에 8만 원쯤 들어와 있었다. 큰돈은 아닌데, 안 입던 옷이 돈이 되고 옷장에 빈 공간이 생긴 게 더 컸다. 이제 옷장을 열면 뭐가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그 뒤로는 옷을 살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이거 안 입으면 또 당근에 올려야 하는데, 그 귀찮음을 떠올리면 충동구매가 줄더라. 비우는 게 사는 것보다 손이 더 가는 일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