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널 때마다 꿉꿉한 냄새가 났는데, 세제를 바꿔도 그대로였다. 알고 보니 옷이 아니라 세탁기 통 자체가 문제였다. 통 뒤쪽 보이지 않는 면에 세제 찌꺼기와 곰팡이가 쌓여 매번 빨래에 냄새를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세탁조는 안쪽 통과 바깥 통 사이에 물이 고이는데, 그 틈에 남은 세제와 섬유 부스러기가 습기와 만나 곰팡이의 밥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통 세척에는 산소계 표백제인 과탄산소다가 좋다길래, 빈 세탁기에 가장 뜨거운 물을 받아 과탄산소다 두 컵을 풀었다. 염소계 락스는 고무 부품을 상하게 하고 다른 세제와 섞이면 위험하다길래 쓰지 않았다.
물이 차자 몇 분 돌려 녹인 뒤 멈추고 두 시간을 그대로 두었다. 잠시 뒤 수면에 거무스름한 부스러기가 둥둥 떠올랐는데, 통 뒤에 붙어 있던 곰팡이와 때가 떨어져 나온 것이었다. 뜰채로 걷어 내고 통세척 코스로 한 바퀴 돌린 다음, 헹굼을 한 번 더 해서 남은 찌꺼기를 흘려보냈다.
고무 패킹도 따로 손봤다. 드럼 세탁기 문 안쪽 고무 주름에 검은 곰팡이가 끼어 있어 헌 칫솔에 과탄산소다 물을 묻혀 닦았고, 주름 안쪽에 고인 물까지 마른 수건으로 훔쳤다. 세제 투입구도 빼서 물로 씻으니 굳은 세제가 한 뭉치 나왔다. 배수 필터도 열어 보니 동전과 머리카락, 검은 찌꺼기가 엉겨 있어 함께 비웠는데, 이 필터가 막히면 물이 덜 빠져 냄새가 더 심해진다고 한다.
냄새의 뿌리는 습기라서 쓰는 습관도 바꿨다. 세탁이 끝나면 문과 세제통을 열어 두어 안을 말리고, 젖은 빨래를 통에 오래 두지 않으며, 세제는 권장량만 넣었다. 세제를 많이 넣을수록 헹굼에 다 안 빠져 찌꺼기가 쌓인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다음 빨래부터 꿉꿉한 냄새가 사라졌다. 세탁기는 한 달에 한 번 과탄산소다로 통을 씻고 늘 문을 열어 말리는 것만으로도 오래 깨끗하게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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