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여름 셔츠를 다림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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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에서 여름 셔츠를 꺼냈더니 구김이 잔뜩 가 있었다. 얇은 소재라 그런지 개어 둔 자국까지 골이 지게 선명해서, 이대로는 못 입겠다 싶어 오랜만에 다리미를 꺼냈다.

다리미판을 펴고 다리미에 물부터 채웠다. 마른 다리미로 밀면 잘 안 펴지고 스팀을 쐬어야 구김이 잘 풀린다길래, 물통 눈금 끝까지 물을 부어 준비했다.

다리기 전에 셔츠 안쪽 라벨부터 확인했다. 소재마다 견디는 다림질 온도가 다르다는 게 생각나서, 라벨의 표시에 맞춰 온도 다이얼을 중간쯤에 맞췄다.

다리미가 달궈지는 동안 셔츠를 판 위에 반듯하게 펼쳤다. 구김이 제일 심한 등판을 먼저 펴 놓고, 솔기를 손으로 눌러 대강의 결을 잡아 두었다.

달궈진 다리미로 스팀을 뿜으며 천천히 밀자 골이 진 주름이 신기할 만큼 반반해졌다. 치익 소리와 함께 천이 매끈하게 펴지는 게 은근히 재미있었다.

문제는 소매였다. 통이 좁아 다리미판에 끼우기가 어려워서, 소매를 판 끝에 걸쳐 놓고 조금씩 돌려 가며 한 면씩 다렸다. 소매 접힌 선이 두 줄로 나지 않게 신경을 썼다.

깃은 뒤집어서 안쪽부터 다린 뒤 겉을 다렸다. 깃 끝이 들뜨지 않게 꾹꾹 눌러 주니, 흐물흐물하던 셔츠 전체에 각이 살아났다.

단추 주변은 다리미 코를 세워 단추 사이사이를 파고들 듯 다렸다. 단추 위로 다리미를 그냥 지나가게 하면 자국이 남고 단추도 상한다길래 조심조심 다뤘다.

어깨선과 앞판까지 마치고 나니 이마에 땀이 배어 있었다. 선 채로 셔츠 한 장 다리는 게 생각보다 힘이 들어, 다림질도 운동이구나 싶었다.

다린 셔츠를 옷걸이에 걸어 놓고 한 발 물러나 보니 매장에 걸린 새 옷 같았다. 구김 하나 없이 반듯하니 입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다.

내친김에 남은 셔츠 두 장도 마저 다려 나란히 걸어 두었다. 바쁜 아침에 허둥지둥 다리미를 찾는 것보다, 이렇게 미리 다려 두는 쪽이 훨씬 여유롭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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