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동네 골목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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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집에만 있다 보니 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게 아까웠다. 멀리 나가긴 귀찮고, 그렇다고 누워만 있긴 싫어서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들고 동네 골목을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늘 차 타고 휙 지나치던 길을 천천히 걸으니 안 보이던 게 보였다. 담벼락에 누가 심었는지 모를 채송화가 줄지어 피어 있고, 오래된 철문엔 페인트가 벗겨져 묘한 무늬가 생겨 있었다. 그런 걸 하나씩 카메라에 담았다.

처음엔 사진이 영 마음에 안 들었다. 눈으로 본 느낌이 화면에선 밋밋하게 나왔다. 그래도 며칠 다니다 보니 빛이 비스듬히 드는 아침 무렵이 제일 예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를 노려 같은 골목을 다시 찾기도 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작은 분식집 간판이나, 길고양이가 앉아 있는 계단 같은 걸 한참 들여다보게 됐다. 누군가의 일상이 묻어 있는 풍경이 의외로 정겨웠다.

집에 돌아와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옮겨 보는 것도 일과가 됐다. 잘 나온 건 몇 장 안 돼도, 그날의 날씨와 기분이 사진마다 묻어 있어 들춰보는 재미가 있었다. 굳이 어디로 떠나지 않아도 충분했다.

몇 주째 같은 동네를 돌고 있는데도 갈 때마다 새로운 게 눈에 띈다. 거창한 출사도 아니고 그냥 산책에 카메라 하나 더한 것뿐인데, 주말이 한결 알차게 느껴진다. 다음 주엔 옆 동네까지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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