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둔 꿀병을 꺼냈더니 아래쪽이 하얗고 되직하게 굳어 숟가락이 잘 안 들어갔다. 상한 줄 알고 버릴 뻔했는데, 굳은 것만 녹여 다시 묽게 되살려 보기로 했다.
꿀이 굳는 건 상한 게 아니라 속에 든 당분이 결정으로 뭉쳐서 그런 거라는 걸 알게 됐다. 온도가 낮으면 이 결정이 더 잘 생긴다길래 그 점을 짚었다.
그래서 열을 살짝 주면 다시 풀린다는 걸 알고, 따뜻한 물에 중탕하기로 했다.
큰 그릇에 뜨겁지 않게 따뜻한 물을 받았다. 팔팔 끓는 물은 피했다. 너무 뜨거우면 꿀의 좋은 성분이 상한다길래 만졌을 때 따뜻한 정도로 맞췄다.
뚜껑을 살짝 열어 김이 빠지게 한 뒤 병을 물에 담갔다. 뚜껑을 꽉 닫아 두면 안에서 압력이 찰 수 있다길래 조금 느슨하게 두었다.
중간중간 병을 살살 흔들고 저어 주었다. 골고루 열이 퍼지도록 돌려 주니 굳은 결정이 조금씩 풀리는 게 느껴졌다.
물이 식으면 따뜻한 물로 갈아 주었다. 한 번에 다 풀리지는 않아서, 미지근해진 물을 따뜻한 물로 바꿔 가며 천천히 녹였다.
전자레인지는 쓰지 않았다. 한쪽만 확 뜨거워져 꿀이 타거나 성분이 상하기 쉽다길래, 번거로워도 중탕으로 했다.
얼마 뒤 아래쪽 굳은 부분까지 말갛게 풀렸다. 숟가락이 부드럽게 들어가고 다시 주르륵 흐르는 상태로 돌아왔다.
다 녹인 뒤에는 서늘하되 너무 차지 않은 곳에 두었다. 냉장고처럼 찬 곳에 두면 금방 다시 굳는다길래 실온의 그늘에 보관했다.
병에 든 채로 데운 것도 이유가 있다. 다른 그릇에 옮겨 데우면 그릇에 묻어 낭비되고 번거롭다길래, 유리병째 중탕하는 편을 택했다. 유리라 따뜻한 물에 담가도 괜찮았다.
플라스틱 병이었다면 더 조심했을 것이다. 열에 약한 병은 뜨거운 물에 모양이 변할 수 있다길래, 병 재질을 먼저 살피고 담갔다.
멀쩡히 되살아난 꿀을 보니 버리지 않길 잘했다 싶었다. 꿀이 굳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 앞으로는 굳어도 놀라지 않고 따뜻하게 풀어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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