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믹스커피를 네다섯 잔씩 마셨다. 아침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나른한 오후에 또 한 잔. 달달한 게 당길 때마다 손이 갔다.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살짝 높게 나왔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들었다.
단번에 끊는 건 무리일 것 같아 하루 두 잔으로 먼저 줄였다. 그런데 이게 더 힘들었다. 몇 잔째인지 세는 것도 일이고, 참다 보면 결국 더 마시게 됐다. 차라리 안 마시는 게 낫겠다 싶었다.
사흘째가 제일 힘들었다. 오후만 되면 머리가 멍하고 단 게 미치도록 당겼다. 사탕을 입에 물고 버티기도 했다. 동료가 믹스커피를 타는 냄새가 그렇게 향기로울 수가 없었다. 탕비실 봉지 커피 통을 일부러 안 쳐다보고 지나치는 게 하루의 작은 숙제였다.
대신 물을 많이 마셨다. 믹스커피 생각이 날 때마다 따뜻한 보리차를 한 잔씩 마셨다. 처음엔 밍밍하기만 했는데, 일주일쯤 지나니 단맛에 둔해졌는지 그럭저럭 견딜 만해졌다. 보리차 티백을 한 통 사다 책상 서랍에 넣어두니 손 뻗기도 편했다.
2주가 지나자 오후에 멍한 증상이 오히려 줄었다. 그동안 믹스커피의 단맛으로 억지로 깨어 있었던 모양이다. 잠도 전보다 빨리 들었다. 식후에 뭔가 허전한 느낌은 여전했지만, 그건 따뜻한 차로 메웠다.
완전히 끊었다고는 못 한다. 가끔 정말 피곤한 날엔 한 잔 타 마신다. 다만 하루 다섯 잔이 일주일에 한두 잔으로 줄었으니 큰 변화다. 다음 검진 때 혈당 수치가 어떻게 나올지, 이번엔 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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