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식재료·보관

  • 열무김치를 담가 봤다

    여름엔 열무김치에 국수 말아 먹는 게 최고라, 시장에서 열무 한 단을 사 왔다. 담그는 게 어렵다고들 해서 미뤄 왔는데, 큰맘 먹고 도전해 보기로 했다.

    열무를 다듬는 것부터 일이었다. 시든 잎을 떼고 적당히 잘라 씻는데, 풋내가 난다길래 너무 박박 문지르지 않게 조심조심 헹궜다.

    소금을 뿌려 살짝 절이는데, 얼마나 절여야 하는지 감이 없었다. 줄기가 조금 휘어질 만큼만 두면 된다는 말을 떠올리며, 중간중간 만져 보다가 적당할 때 헹궈 물기를 뺐다.

    양념은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밀가루풀을 조금 넣어 만들었다. 풀을 쑤어 넣으면 국물이 시원하게 익는다길래 처음으로 따라 해 봤는데, 되기 조절이 은근 어려웠다.

    절인 열무에 양념을 살살 버무렸다. 힘주어 섞으면 풋내가 난다고 해서, 무치듯이 조심스럽게 뒤적였더니 그럴듯한 열무김치 모양이 나왔다.

    통에 담아 하루 실온에 뒀다가 냉장고에 넣었다. 이틀 뒤 맛을 보니 아직 덜 익었지만 칼칼하고 시원한 게 방향은 맞는 것 같아, 며칠 더 익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 냉장고 야채칸을 비우고 정리했다

    냉장고에서 물큰한 냄새가 나길래 열어 보니, 야채칸 안쪽에서 잊고 있던 채소가 물러 있었다. 이참에 야채칸을 통째로 비우고 정리하기로 했다.

    하나씩 꺼내 보니 언제 넣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것들이 나왔다. 시들어 흐물해진 상추며, 끝이 물러진 오이를 보니 그동안 얼마나 방치했나 싶어 민망했다.

    칸을 아예 빼내 싱크대에서 씻었다. 바닥에 눌어붙은 채소 물이며 얼룩을 닦아 내니, 뿌옇던 플라스틱이 다시 투명해져서 닦는 맛이 났다.

    물기를 말리는 동안 남길 채소를 골랐다. 멀쩡한 것들은 키친타월로 감싸 봉지에 담았다. 이렇게 해 두면 물기가 덜 생겨 오래간다고 해서 처음으로 따라 해 봤다.

    마른 야채칸을 다시 끼우고 정리한 채소를 세워서 담으니, 뭐가 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눕혀 쌓아 두던 때는 늘 아래 있는 걸 잊었는데, 세워 두니 확실히 나았다.

    냉장고 문을 닫으니 냄새도 가시고 속이 시원했다. 채소를 썩혀 버리는 게 결국 돈 버리는 거였는데, 앞으로는 야채칸부터 자주 들여다봐야겠다 싶었다.

  • 매실 한 박스를 사서 매실청을 담갔다

    해마다 이맘때 마트에 청매실이 박스로 쌓이는 걸 보면서도 그냥 지나쳤는데, 올해는 충동적으로 한 박스를 집어 들었다. 매실청 담그는 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서, 한 번쯤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집에 와서 매실을 큰 대야에 쏟아붓고 물에 담갔다. 한참 불린 다음 꼭지에 박힌 까만 부분을 이쑤시개로 하나하나 파냈는데, 양이 많다 보니 이게 제일 지루했다. 손끝이 얼얼할 때쯤 겨우 다 끝냈다.

    씻은 매실은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아 채반에 펼쳐 한참 말렸다. 물기가 남으면 곰팡이가 핀다는 말을 들어서 이 부분만큼은 꼼꼼히 했다. 그사이 유리병을 끓는 물에 소독하고 거꾸로 엎어 말려뒀다.

    비율은 매실과 설탕을 일대일로 맞췄다. 저울에 매실을 달고 같은 무게의 설탕을 준비했다. 병에 매실 한 켜, 설탕 한 켜를 번갈아 쌓고 맨 위는 설탕으로 도톰하게 덮었다. 이렇게 해야 매실이 공기에 안 닿는다고 했다.

    뚜껑을 닫아 햇빛 안 드는 싱크대 아래 넣어두고, 며칠에 한 번씩 병을 살살 흔들어 설탕을 녹였다. 일주일쯤 지나니 바닥에 맑은 액이 제법 고이고 매실이 쪼글쪼글해지면서 위로 떠올랐다.

    아직 마시려면 백 일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데, 병 안에서 색이 변해가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름 끝물에 시원한 물에 타 마실 생각을 하니 벌써 기다려진다. 손은 많이 갔어도 또 담그고 싶어졌다.

  • 달고 살던 믹스커피를 끊어봤다

    하루에 믹스커피를 네다섯 잔씩 마셨다. 아침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나른한 오후에 또 한 잔. 달달한 게 당길 때마다 손이 갔다.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살짝 높게 나왔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들었다.

    단번에 끊는 건 무리일 것 같아 하루 두 잔으로 먼저 줄였다. 그런데 이게 더 힘들었다. 몇 잔째인지 세는 것도 일이고, 참다 보면 결국 더 마시게 됐다. 차라리 안 마시는 게 낫겠다 싶었다.

    사흘째가 제일 힘들었다. 오후만 되면 머리가 멍하고 단 게 미치도록 당겼다. 사탕을 입에 물고 버티기도 했다. 동료가 믹스커피를 타는 냄새가 그렇게 향기로울 수가 없었다. 탕비실 봉지 커피 통을 일부러 안 쳐다보고 지나치는 게 하루의 작은 숙제였다.

    대신 물을 많이 마셨다. 믹스커피 생각이 날 때마다 따뜻한 보리차를 한 잔씩 마셨다. 처음엔 밍밍하기만 했는데, 일주일쯤 지나니 단맛에 둔해졌는지 그럭저럭 견딜 만해졌다. 보리차 티백을 한 통 사다 책상 서랍에 넣어두니 손 뻗기도 편했다.

    2주가 지나자 오후에 멍한 증상이 오히려 줄었다. 그동안 믹스커피의 단맛으로 억지로 깨어 있었던 모양이다. 잠도 전보다 빨리 들었다. 식후에 뭔가 허전한 느낌은 여전했지만, 그건 따뜻한 차로 메웠다.

    완전히 끊었다고는 못 한다. 가끔 정말 피곤한 날엔 한 잔 타 마신다. 다만 하루 다섯 잔이 일주일에 한두 잔으로 줄었으니 큰 변화다. 다음 검진 때 혈당 수치가 어떻게 나올지, 이번엔 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