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물큰한 냄새가 나길래 열어 보니, 야채칸 안쪽에서 잊고 있던 채소가 물러 있었다. 이참에 야채칸을 통째로 비우고 정리하기로 했다.
하나씩 꺼내 보니 언제 넣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것들이 나왔다. 시들어 흐물해진 상추며, 끝이 물러진 오이를 보니 그동안 얼마나 방치했나 싶어 민망했다.
칸을 아예 빼내 싱크대에서 씻었다. 바닥에 눌어붙은 채소 물이며 얼룩을 닦아 내니, 뿌옇던 플라스틱이 다시 투명해져서 닦는 맛이 났다.
물기를 말리는 동안 남길 채소를 골랐다. 멀쩡한 것들은 키친타월로 감싸 봉지에 담았다. 이렇게 해 두면 물기가 덜 생겨 오래간다고 해서 처음으로 따라 해 봤다.
마른 야채칸을 다시 끼우고 정리한 채소를 세워서 담으니, 뭐가 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눕혀 쌓아 두던 때는 늘 아래 있는 걸 잊었는데, 세워 두니 확실히 나았다.
냉장고 문을 닫으니 냄새도 가시고 속이 시원했다. 채소를 썩혀 버리는 게 결국 돈 버리는 거였는데, 앞으로는 야채칸부터 자주 들여다봐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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