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를 비우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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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냉장고를 열 때마다 안쪽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통이 그득해서 늘 답답했다. 언제 담갔는지 기억조차 안 나는 것들이 뒤에 처박혀 있는 게 분명해서, 오늘은 큰맘 먹고 싹 비우고 정리하기로 했다.

우선 안에 든 통을 하나씩 다 꺼내 주방 바닥에 늘어놓았다. 꺼내다 보니 크고 작은 통이 끝도 없이 나와서, 이걸 대체 언제 다 먹으려고 쟁여 뒀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통을 하나하나 열어 상태부터 확인했다. 위쪽에 곰팡이가 피었거나 시큼하게 쉰 냄새가 나는 것은 아깝지만 과감히 골라내고, 아직 멀쩡하게 먹을 수 있는 것만 따로 모았다.

버리기로 한 김치는 국물을 먼저 따라 버리고 건더기만 봉투에 담았다. 국물째 버리면 봉투가 무겁고 냄새도 심하다길래, 채반에 밭쳐 물기를 어느 정도 뺀 뒤에 담았다.

비운 통들은 하나하나 설거지를 했다. 김칫국물이 오래 밴 통은 아무리 닦아도 냄새가 잘 안 빠져서, 쌀뜨물에 잠깐 담가 두었다가 닦으니 그나마 한결 개운해졌다.

통을 정리하는 김에 텅 빈 냉장고 안쪽도 행주로 구석구석 닦아 냈다. 흘러서 말라붙은 국물 자국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미지근한 물로 불려 가며 문지르니 말끔히 지워졌다.

남긴 김치는 종류별로 통을 나누고, 오래 담근 것부터 먼저 먹을 수 있게 앞쪽에 두었다. 그동안 뒤에 있던 걸 자꾸 잊고 새로 담근 것만 앞에서 꺼내 먹은 게 문제였구나 싶었다.

통 뚜껑에는 매직으로 담근 날짜를 큼직하게 적어 붙였다. 이렇게 표시해 두면 다음에 열었을 때 언제 담근 건지 헷갈리지 않고 순서대로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정리를 마치고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어 보니, 안이 훤해지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빽빽하던 자리에 여유가 생기니, 답답하던 속까지 뻥 뚫린 기분이었다.

버린 게 제법 많아서 솔직히 좀 아까웠다. 그래도 이렇게 방치했다가 결국 다 버리느니, 있는 걸 제때 챙겨 먹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새삼 느꼈다.

앞으로는 가끔 문을 열어 안쪽까지 살펴보며 오래된 것부터 꺼내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리 하나 했을 뿐인데 괜히 살림을 잘 챙긴 것 같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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