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는데 물이 잘 안 빠지고 발밑에 고이기 시작했다.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잔뜩 엉킨 게 분명해서, 미루던 배수구 청소를 하기로 했다.
배수구 뚜껑을 열자 예상대로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엉켜 있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이걸 안 치우면 계속 막힐 테니 마음을 다잡았다.
고무장갑을 끼고 나무젓가락으로 엉킨 머리카락을 끌어 올렸다. 손으로 만지기 싫은 건데, 젓가락으로 감아올리니 한결 수월하게 빠져나왔다.
걷어 낸 뒤에도 미끈한 물때가 남아 있어, 오래된 칫솔에 세제를 묻혀 배수구 안쪽을 문질렀다. 좁은 틈까지 닦으니 미끌거리던 게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뜨거운 물을 부어 남은 찌꺼기를 흘려보냈다. 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빠지는 걸 보니 속이 다 후련했다.
다시 샤워를 하니 물이 고이지 않고 바로바로 빠졌다. 미루면 더 막힐 뿐이라, 앞으로는 자주 뚜껑을 열어 머리카락을 걷어 내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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