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을 아무리 닦아도 문을 열면 꿉꿉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벽과 바닥, 배수구까지 다 씻었는데도 그래서 천장을 올려다봤더니 환풍기 덮개가 회색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이사 오고 삼 년 동안 한 번도 열어 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환풍기가 먼지로 막히면 습기를 밖으로 못 빼내 욕실이 마르지 않고, 그 습기가 곰팡이를 키운다고 했다. 게다가 먼지 자체가 습기를 머금어 덮개 안쪽에서 곰팡이가 자라고, 환풍기를 돌릴 때마다 그 냄새를 욕실로 되돌려 보내는 셈이었다. 냄새의 출처가 바로 머리 위에 있었던 것이다.
먼저 차단기를 내리고 의자를 딛고 올라가 덮개를 살폈다. 우리 집 덮개는 가운데를 잡고 아래로 당기면 양쪽 스프링 핀이 접히며 빠지는 방식이었고, 나사로 고정된 집은 드라이버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덮개를 떼자 안쪽 팬 날개에도 먼지가 솜처럼 붙어 있어서, 청소기로 큰 먼지를 먼저 빨아들이고 마른 칫솔로 날개 사이를 털어 냈다.
덮개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중성세제를 풀고 20분 담갔다. 그냥 문지르면 먼지가 뭉개져 더 지저분해지는데, 불린 뒤에는 솔로 살살 문질러도 검은 물이 흘러나오며 깨끗해졌다. 안쪽에 핀 검은 곰팡이 자국은 베이킹소다를 물에 개어 발라 두었다가 닦아 냈고, 마지막에 헹궈 완전히 말린 다음 다시 끼웠다. 젖은 채 끼우면 곰팡이가 다시 생기니 반나절은 말려야 했다.
팬 날개는 물에 담글 수 없어서 물티슈로 닦고 마른 걸레로 마무리했다. 모터 부분에 물이 들어가면 고장 나므로 젖은 걸레로는 닿지 않게 했다. 다시 돌려 보니 바람 소리가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고, 휴지 한 장을 덮개에 대 보니 전에는 힘없이 떨어지던 것이 착 달라붙었다. 그동안 환풍기가 거의 일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주일쯤 지나자 문을 열어도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았고 샤워 뒤 거울 김도 전보다 빨리 걷혔다. 이제 두세 달에 한 번은 덮개를 떼어 씻기로 했고, 샤워가 끝나면 환풍기를 바로 끄지 않고 30분쯤 더 돌려 두는 습관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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