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문을 열 때마다 묵은 음식 냄새가 훅 끼쳤다. 안을 들여다보니 천장이며 벽에 국물 튄 자국이 누렇게 말라붙어 있어서, 오늘은 작정하고 청소하기로 했다.
말라붙은 얼룩은 마른행주로 문질러 봐야 잘 안 지워지니, 김을 쐬어 불리는 게 요령이라고 들었다. 마침 냉장고에 레몬이 반 개 남아 있어 그걸 쓰기로 했다.
전자레인지에 넣어도 되는 유리 그릇에 물을 담고 레몬을 저며 넣었다. 남은 즙도 몇 방울 짜 넣으니 향이 도는 그럴듯한 레몬물이 됐다.
그릇을 안에 넣고 물이 팔팔 끓을 만큼 오 분 가까이 돌렸다. 안쪽 유리문에 김이 뿌옇게 서리면서 물방울이 맺히는 게 밖에서도 보였다.
다 돌고 나서도 문을 바로 열지 않고 십 분쯤 그대로 두었다. 갇힌 증기가 말라붙은 얼룩을 불리는 시간이라길래, 열고 싶은 걸 참고 기다렸다.
시간이 되어 문을 여니 레몬 향이 섞인 김이 얼굴로 확 쏟아져 나왔다. 뜨거운 그릇을 마른행주로 감싸 조심히 꺼내 두고, 깨끗한 행주로 천장부터 차근차근 닦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안 지워지던 얼룩이 슥슥 밀려 나왔다. 김에 푹 불어서인지 힘을 별로 주지 않아도 행주에 누런 때가 그대로 묻어났다.
회전 유리판은 꺼내서 싱크대에서 세제로 따로 설거지했다. 유리판 아래 굴러다니던 부스러기도 털어 내고, 바닥에 눌어붙어 있던 때도 수세미로 몇 번 문지르니 금방 벗겨져 나갔다.
문 안쪽 유리와 고무패킹 틈새는 행주를 손가락에 감아 훑었다. 틈에 낀 부스러기까지 다 긁어내니 속이 다 시원했다.
유리판을 다시 끼우고 문을 활짝 열어 잠깐 말렸다. 코를 대 보니 묵은 음식 냄새 대신 은은한 레몬 향이 남아 있어 기분이 좋았다.
물 한 그릇 돌린 것뿐인데 새것처럼 깨끗해져서 놀랐다. 다음부터는 국물이 튄 날 바로바로 닦아서, 이렇게 눌어붙을 때까지 두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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