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 음식이 상하기 쉬운 때인데, 문득 매일 쓰는 도마가 눈에 걸렸다. 칼자국 골 사이에 뭐가 끼어 있을 걸 생각하니, 세제로 슥 닦는 것만으로는 영 부족하겠다 싶었다.
어머니가 예전에 도마를 소금으로 벅벅 문지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마침 김장 때 쓰고 남은 굵은소금이 베란다에 한 포대 있어서, 그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도마를 뜨거운 물로 한 번 헹군 뒤 굵은소금을 넉넉히 뿌렸다. 도마가 젖어 있으니 소금 알갱이가 미끄러지지 않고 표면에 잘 붙어 있었다.
레몬 반 개로 문지르면 더 좋다는데 마침 없어서, 깨끗한 수세미로 소금을 꾹꾹 눌러 가며 문질렀다. 굵은 알갱이가 칼자국 골을 파고드는 느낌이 손에 그대로 전해졌다.
칼질이 잦았던 가운데 부분은 소금을 더 뿌려 가며 오래 문질렀다. 소금이 거뭇한 얼룩을 갉아 내는지, 문지를수록 표면이 눈에 띄게 뽀얘졌다.
문지르고 나서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 소금기를 씻어 냈다. 소금과 함께 미끈거리던 것까지 다 씻겨 내려가서 도마 표면이 뽀득뽀득해졌다.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보니 늘 배어 있던 마늘이며 파 냄새가 한결 옅어져 있었다. 세제로만 닦을 때는 며칠을 닦아도 안 빠지던 냄새였다.
마지막으로 주전자에 끓인 물을 도마 전체에 골고루 부어 마무리했다. 뜨거운 물이 닿자 김이 확 오르는 게 눈에 보여, 제대로 소독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물기를 탈탈 털고 베란다 볕이 드는 자리에 비스듬히 세워 말렸다. 그늘에서 눅눅하게 마르면 도로 세균이 자란다길래, 해가 있는 동안 바싹 마르게 두었다.
저녁에 바짝 마른 도마를 들이니 색도 냄새도 산뜻했다. 그 위에 오이를 썰어 보니 찜찜한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아 기분까지 개운했다.
소금 한 줌으로 이만큼 개운해질 줄 몰랐다. 돈 드는 것도 아니니, 여름 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이렇게 도마를 문질러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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