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calderwave

  • 베란다에서 방울토마토를 키우다 결국 다 보냈다

    봄에 꽃집 앞을 지나다 방울토마토 모종을 샀다. 한 포기에 2천 원. 사장님이 물만 잘 주면 여름엔 따 먹을 수 있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을 너무 쉽게 믿었다. 베란다에 화분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매일 들여다봤다.

    처음 2주는 정말 잘 자랐다. 키가 쑥쑥 크고 노란 꽃도 폈다. 아침마다 물을 주는 게 하루의 작은 의식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잎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검색해보니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상한 거라고 했다.

    물을 줄였더니 이번엔 잎이 축 처졌다. 영양제를 사다 꽂고 분갈이까지 해봤지만, 한 포기는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시든 줄기를 뽑아내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욕심을 부려서 그런 것 같았다.

    남은 한 포기에서는 그래도 토마토가 다섯 알 열렸다. 빨갛게 익기를 기다렸다가 따서 물에 씻어 입에 넣었는데, 솔직히 마트에서 산 것보다 맛있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웃음이 났다.

    지금 베란다엔 빈 화분 두 개가 남아 있다. 내년 봄에 또 살지는 모르겠다. 다만 식물 하나 키우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2천 원짜리 모종이 가르쳐줬다.

  • 자전거로 출근을 바꾸고 한 달, 엉덩이가 고생했다

    지하철로 40분 걸리는 출근길을 자전거로 바꾼 건 순전히 충동이었다. 봄날에 한강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밖에서 페달을 밟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워 보였다. 그 주 주말에 중고로 10만 원짜리 생활용 자전거를 샀다.

    첫날은 의욕이 넘쳐서 30분 거리를 25분 만에 끊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안장에 닿는 부위가 너무 아파서 의자에 앉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동료가 왜 그렇게 어정쩡하게 걷냐고 물었을 때 차마 사실대로 말을 못 했다.

    일주일쯤 지나니 몸이 적응했는지 통증은 줄었다. 대신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지나치는 다리 밑에 길고양이 가족이 산다는 것, 어느 집 담장의 장미가 며칠 사이에 확 피었다는 것 같은. 버스 창밖으로는 한 번도 못 봤던 것들이다.

    물론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비 오는 날은 답이 없어서 그냥 지하철을 탔고, 한번은 체인이 빠져서 길바닥에 쪼그려 앉아 손에 기름을 다 묻혔다. 그날은 회사에 좀 늦었다.

    그래도 한 달을 채웠다. 살이 빠지거나 한 건 아니다. 다만 아침에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나면, 자리에 앉았을 때 머리가 좀 맑은 느낌이 있다. 그 느낌 하나 때문에 내일도 탈 것 같다.